제목 “정신과 출입 쉬, 쉬~는 옛말”
작성자 mindbig
<New Trend> “정신과 출입 쉬, 쉬~는 옛말”

[문화일보 2005-11-07 14:59]  
  
(::“마음의 병 치료 당연”…인식 달라져::)
평범한 회사원인 A(35)씨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정신건강상담소 를 찾았다. 일이면 일, 가정이면 가정,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 A씨지만 지난 몇년간 극심한 두통으로 고생해 왔기 때문이다.
통증이 너무 심해 하루에 두통약을 9알씩 먹어야 하는 지경에 이 르렀지만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스트레스를 줄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A씨는 급기야 “현대의학이 잡아내지 못하는 불치병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고, 스트레스는 강도 를 더 했다. 고민끝에 정신상담소를 찾은 A씨는 수차례 상담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문제는 일에 대한 과도한 집착, 허약한 사적 대인관계, 일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에 있다는 사실을 깨 달았다. A씨는 8회 상담끝에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습득해 갔고, 두통은 사라졌다.

정신건강상담이 대중화되고 있다. 심각한 정신적 이상이나 정신 병력이 있을 때 남몰래 정신과를 찾던 과거와 달리 정신건강을 위해 정신상담소를 찾는 발길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임상심 리전문가, 상담심리전문가, 청소년상담사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개소한 정신상담소가 서울에만 수백곳에 이른다. 특 히 ‘열혈’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습 방향, 적성, 성향 등의 분석 을 위해 정신상담소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 일대에 는 청소년대상 정신건강상담소들이 불황을 모르고 성업중이다.

정신건강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분석이 분분하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자신의 문제를 믿고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줄었다는 것이 그 중 하나. 직장에서의 불안감, 결 혼전후 스트레스, 성격차이로 인한 부부문제, 학습 부진 등 누구 나 한번쯤 겪게 되는 문제에 대해 안심하고 상담할 사람이 줄었 다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 막연한 불안감으로 정신 상담을 받은 김모(여·30)씨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나의 고민을 얼마나 진지하게 들어주는지도 알 수 없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고백해 야 하기 때문에 상담을 받으면 후련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행복한 삶을 살고자하는 현대인의 욕망이 커졌다는 것도 정신상 담소 대중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양윤란 박사는 “대인관계가 삭막해진다는 점도 작용하겠지만 그보다는 마음의 병도 빨리 고쳐야 한다는 대중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경제적으로 풍 요로워지면서 정신건강을 챙기려는 경향이 강해진 점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40~50분 상담에 5만~7만원의 비용을 지출해야하는 강남의 정신상담소들은 1주일전 예약 없이는 상담받기 힘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정신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담자는 “지난 몇 년간 경제불황을 겪으면서도 오히려 피상담자들 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설정신상담소뿐만 아니라 구청 복지관들도 상담소 기능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임상심리학회 관계자는 “실직, 이혼, 만성질환, 왕따 등 스 트레스가 극심한 상담 케이스가 여전히 많긴 하지만 회사 야근이 나 이사, 시험, 긴박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와 같은 일상적인 고민을 토로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상담소의 위치와 성 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문직 종사자와 주부들이 상담을 요청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